[원문 유형]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채널] 미국주식 사관학교 [게시일] 2026.09.23 [원문 URL] https://contents.premium.naver.com/usa/nasdaq/contents/260923150557163ft [제목] 경유 2,300원 시대, 미국 석유산업의 치명적인 약점과 투자 인사이트 [수집 기준] 구매회원 본인이 QR 로그인으로 승인한 구독 열람권을 사용해 개인 문서 보관용으로 확보했다. 목록 메타데이터가 아니라 아래 실제 본문만 분석 근거로 사용한다. [구독 원문 본문] 안녕하세요, 카레라입니다. 사진 출처: opinet 요즘 기름값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죠? 휘발유가 보통 1800원 후반대 정도 하더라고요. 사진 출처: FRED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입니다. ​ 그런데 2026년 9월 미국 경유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기준 9월 21일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갤런당 6.529달러, 최근 글로벌 경유 공급 부족과 낮은 미국 재고가 겹치면서 가격이 빠르게 올라왔는데요. ​ 이게 얼마나 높은 수치냐면 음... 한국식으로 바꾸면 리터당 약 2,330원입니다. 말도 안 되는 수치죠. 뭔가 이상하죠? 세계에서 석유를 제일 많이 캐는 나라에서 경유가 왜 부족한가? 네,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사진 출처: statista 오늘 콘텐츠에서는 바로 이 질문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장기적으로 먹힐 수 있는 투자 인사이트도 뽑아볼 수 있겠는데요. ​ 이번 경유 사태를 보면 미국 석유산업의 약점이 아주 잘 보입니다. 미국은 원유를 엄청나게 많이 생산하지만 원유를 경유와 휘발유로 바꾸고 + 저장하고 + 필요한 지역까지 보내는 단계에서는 생각보다 여유가 없습니다. ​ 그리고 이런 병목이 지금처럼 심각한 상태로 반복된다면 여기서 꾸준히 돈을 버는 회사도 당연히 생기겠죠? 미국은 진짜로 석유가 부족한 걸까? 아닙니다. 현재 경유 가격 상승은 미국의 산유량하고는 하등 상관이 없습니다. 사진 출처: 아하 원유는 땅에서 퍼 올린 상태의 석유이고 경유는 그 원유를 정유공장에 넣어서 만든 완제품입니다. ​ 그러니까 미국은 원유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지 경유도 세계에서 원하는 만큼 만들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 ???: 원유가 그렇게 많은데 경유를 더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 원유 한 배럴을 정유공장에 넣는다고 경유 한 배럴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정유공장은 원유를 휘발유, 경유, 제트연료, LPG 같은 여러 제품으로 나눠 생산합니다. 어떤 제품이 얼마나 나오는지는 원유의 특성과 정유공장 설계에 따라 다 처음부터 정해져 있습니다. ​ 경유 가격이 비싸다고 오늘부터 경유 생산량을 두 배로 만들 수는 없는 거죠. ​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사진 출처: EIA 미국 정유공장들은 이미 거의 끝까지 돌아가고 있음 최근 미국 정유시설 가동률은 90%대 후반까지 올라온 상태 ​ 글로벌 경유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 정유사들이 놀고 있어서 경유가 부족한 게 아니라 열심히 돌려도 공급이 빠듯한 겁니다. 그럼 이제 진짜 중요한 부분으로 넘어가 봅시다. ​ 미국 석유산업은 정확히 어디가 약한 부분일까요? 미국 석유산업의 약점은 원유를 생산한 이후의 과정에 있습니다. 정유능력, 위치, 재고 이 세 가지가 문제입니다. 사진 출처: fox business 정유공장은 유정처럼 가격이 올랐다고 빠르게 증설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닙니다. ​ 대형 정유공장에는 원유를 분리하는 증류설비부터 탈황설비, 수소처리시설, 저장탱크, 파이프라인이 줄줄이 필요합니다. 환경 허가도 물론 받아야죠. 수십억 달러가 들어가고 건설에는 여러 해가 걸립니다. ​ 반면 기존 정유공장은 이미 높은 가동률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좋습니다. 100짜리 공장을 97까지 돌리고 있다는 것은 자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뜻이니까요. ​ 문제는 사고가 났을 때입니다. 사진 출처: 엑슨모빌 9월 엑슨모빌의 일리노이 Joliet 정유공장이 정전과 침수 문제로 가동을 멈췄습니다. ​ 여기는 하루 27만5,000배럴을 처리하는 공장이고 평소 휘발유와 경유를 하루 약 1,100만 갤런 생산하던 시설입니다. 이미 빠듯한 시장에서 이런 공장 하나가 멈추게 되니 중서부 연료 공급에 바로 부담이 생겼습니다. ​ 100짜리 설비를 평소 70만 돌린다면 사고가 났을 때 다른 공장을 80이나 90까지 올리면 되겠죠. ​ 그런데 모두 95~98을 돌리고 있으면 올릴 곳이 없습니다. ​ 이걸 spare capacity, 즉 남는 생산여력이라고 합니다. 미국 정유산업에는 이 여유가 많지 않습니다. 사진 출처: visual capitalist 두 번째 문제는 위치입니다. ​ 미국의 정유공장은 텍사스와 루이지애나가 있는 걸프 코스트(위 사진에 중앙하단 저기 바글바글한 곳)를 비롯한 특정 지역에 몰려 있습니다. ​ 경유가 텍사스에 많이 있다고 캘리포니아 주유소까지 자동으로 이동하는 게 아닌 만큼 석유제품을 옮기려면 무조건 파이프라인 아니면 선박, 철도, 트럭이 필요합니다. ​ 미국은 국토가 워낙 넓고 지역별 파이프라인망도 완벽하게 연결돼 있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미국 전체로는 제품이 있어도 특정 지역에서는 부족할 수가 있죠. 이 문제가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지금 기업들이 돈을 쓰는 방향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킨더모건(KMI), 필립스 66(PSX), HF 싱클레어(DINO)는 Western Gateway라는 약 1,300마일짜리 정제제품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음 중서부와 걸프 코스트에서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까지 보내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사업으로 2029년 완공이 목표 ​ 왜 이런 파이프라인에 큰돈을 쓸까요? 지금 미국에 바로 그 연결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안에서 연료를 돌릴 길 자체가 부족하다는 거죠. ​ 마지막 문제는 놀랍게도 재고입니다. 사진 출처: 로이터 경유 재고는 정유공장이 고장나거나 전쟁 때문에 해외 공급이 끊겼을 때 시간을 벌어주는 완충장치입니다. 그런데 미국 경유 계열 재고는 현재 9월 기준 198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 EIA는 이 낮은 재고가 2027년까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이 문장을 다시 읽어봅시다. "정유공장은 거의 풀가동이고 남는 생산여력은 적고 재고도 낮다." 평소에는 엄청나게 효율적인 시스템입니다. ​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가격이 바로 떡상하는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경유에서 이 문제가 터졌을까? 미국에서만 문제가 생긴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2026년에는 러시아와 중동의 정유제품 공급이 동시에 흔들렸습니다. ​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이 피해를 입었고 러시아의 경유 수출도 감소 중동에서도 이란 전쟁과 관련된 정유시설 및 운송 차질이 계속 발생 중 ​ 이렇게 러시아와 중동에서 줄어든 경유 공급은 상당한 규모였고 글로벌 경유시장은 겨울까지 빠듯한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자 세계 각국이 다른 공급처를 찾았습니다. ​ 나머지 세계: 러시아, 중동에서 경유 공급이 안 된다? 그럼 다른 나라에서 받아와야지! ​ 미국: 예? ​ 나머지 세계: 너네 말이야 너네 미국은 대형 정유시설을 보유한 세계적인 석유제품 수출국입니다. 유럽이나 중남미에서 미국산 경유를 높은 가격에 사겠다고 하면 미국 정유사는 내수로 싸게 이걸 파느니 당연히 수출합니다. 이래서 미국 정유공장은 거의 풀가동으로 경유를 만들고 있는데 미국 경유 재고는 오히려 계속 줄어듭니다. 생산한 경유 상당량이 세계시장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 글로벌 공급 부족 → 미국산 경유 수요 증가 → 그런데 수출도 증가 → 미국 재고 감소 → 수요는 늘고 공급은 딸리니 미국 경유가격 폭등 ​ 이렇게 되는 거죠. 여기에 경유 자체의 특성도 있습니다. ​ 경유는 가격이 올라도 사용량을 줄이기 어렵습니다. 개인은 휘발유가 비싸지면 여행을 덜 가거나 운전을 줄일 수 있죠. 하지만 화물트럭이나 농기계는 그렇게 하기 어렵습니다. 사진 출처: case ih 식료품을 운반하는 트럭이 오늘 경유 비싸니까 배송 안 한다고 선언할 수는 없으니까요. 사진 출처: 구글 그래서 공급이 부족해지면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가격이 더 강하게 올라갑니다. 이 현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가 디젤 크랙 스프레드(diesel crack spread)입니다. ​ 크랙스프레드는 원유 가격과 경유 같은 석유제품 가격 사이의 차이인데, 원유 한 배럴을 사서 경유로 바꿨을 때 시장에서 얼마나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지를 대략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 9월 글로벌 디젤 크랙스프레드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원유 자체보다 "원유를 경유로 바꾸는 능력" 이 훨씬 희소해졌다는 의미입니다. ​ 이 취약성이 근시일 내에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한두 가지 요소가 겹친 게 아니니까요. ​ 그렇다면 이 취약성에서 누가 꾸준히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사진 출처: 구글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회사는 발레로(VLO) 같은 정유사입니다. 실제로 경유 크랙스프레드가 높아지면 정유사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입니다. ​ 필립스 66(PSX)도 2026년 2분기 정유 가동률 96%를 기록했고 정유부문 이익이 높은 크랙스프레드 덕분에 크게 증가했습니다. 회사 전체 2분기 순이익은 38억 달러였습니다. ​ 다만 문제가 있는데, 크랙스프레드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입니다. ​ 세계 정유공급이 정상화되고 재고가 늘어나면 내려갑니다. 우리가 원하는 게 "이번 경유 쇼크에서 누가 가장 많이 버느냐" 라면 정유사를 보면 됩니다. ​ 그런데 "미국 석유산업의 취약성이 앞으로도 반복될 때 누가 꾸준히 돈을 받느냐" 를 묻는다면 답이 많이 달라질 겁니다. ​ 쉽게 말해서 정유사는 가격 급등을 먹는 회사이고 파이프라인 회사는 현재 존재하는(그리고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병목 자체에 통행료를 받는 회사라고 보면 됩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여기에 해당하는 친구들이 파이프라인과 저장시설인데, 대표적인 회사가 ONEOK(OKE)입니다. ​ ONEOK는 미국에서 가장 긴 정제제품 파이프라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 약 1만4,000마일의 파이프라인과 53개 정제제품 터미널, 약 1억1,500만 배럴의 저장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가지고 미국 전체 정유능력의 거의 50%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 그리고 ONEOK는 2026년 이익의 약 90%가 fee-based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쉽게 말해 경유 가격을 맞혀서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라 경유와 휘발유와 원유가 자기 파이프라인과 저장시설을 지나가면 수수료를 받는 회사라는 뜻입니다. 이런 사업을 하는 친구들에게는 경유가 갤런당 4달러인지 6달러인지보다 물량이 계속 움직이는지가 중요합니다. 미국의 정유시설과 소비지역 사이 연결이 부족할수록 이런 자산의 가치가 올라갈 겁니다. 킨더모건(KMI)도 비슷합니다. KMI는 북미 최대 독립 석유제품 운송업체로 하루 약 240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운송하는데 약 9,500마일의 제품 파이프라인과 65개의 액체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visual capitalist 특히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같은 미국 서부 지역에 정제제품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 미국 서부는 걸프 코스트의 대형 정유지대와 연결되는 정제제품 파이프라인이 제한적이라서 다른 지역보다 지역 내 정유공장과 기존 파이프라인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 여기는 수요가 넘쳐 흐르는데 여기로 경유를 가져올 수단은 터무니없이 부족하거든요. ​ 실제로 KMI는 최근에 기존 파이프라인을 확장해 애리조나 주 투손으로 보내는 경유 용량을 늘렸고 이 추가 용량 전체가 장기 take-or-pay 계약으로 묶여 있습니다. ​ 이 take-or-pay는 고객이 실제로 물량을 얼마나 쓰든 일정한 사용료를 지급하는 계약입니다. 파이프라인 회사가 좋아하는 계약이죠. ​ KMI와 OKE의 성격은 조금 다릅니다. ​ KMI는 천연가스 비중이 훨씬 크지만 정제제품 사업에서는 미국 서부 네트워크가 강점 OKE는 정제제품과 원유, NGL까지 여러 액체 인프라를 넓게 갖고 있고 미국 중부와 걸프 코스트 연결에 강함 ​ 오늘 다룬 테마만 놓고 보면 ONEOK는 정제제품 물류망 전체에 가깝고 KMI는 지역별 병목, 특히 서부 병목에 더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진 출처: 삼성증권 여기서 한국 투자자라면 하나 더 볼 게 있습니다. 미국 미드스트림 기업 중에는 MLP 구조 때문에 K-1이나 PTP 이슈가 붙는 종목이 적지 않습니다. ​ 참고로 이들은 K-1이나 PTP 종목이 아니고 둘 다 현재 일반적인 미국 C-corporation 형태의 상장사입니다. 예전에 미국 미드스트림 기업에서 흔했던 MLP 유닛을 사서 사자마자 10% 세금 폭탄을 받는 구조와 다릅니다. ​ 결국 이 테마는 두 가지로 나눠서 보면 됩니다. ​ 경유 공급 부족이 앞으로도 더 심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싶다면 VLO, PSX 같은 정유사 이번에 우리 모두 잘 볼 수 있게 된 미국 석유산업의 병목 자체가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본다면 OKE, KMI 같은 파이프라인과 터미널 사업자 ​ 저는 후자 쪽을 더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이번 경유 사태에서 봐야 할 것은 "미국도 기름이 부족하다" 가 아니고 "미국 석유산업에는 원유를 캐는 능력과 원유 이후의 공급망 능력 사이에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다" 입니다. 그리고 이런 간극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계속 그 사이에서 통행료를 받을 겁니다. 이 간극이 평소에는 잘 안 보이다가 이번에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뿐이지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