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유형]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채널] 미국주식 사관학교 [게시일] 2026.08.16 [원문 URL] https://contents.premium.naver.com/usa/nasdaq/contents/260816180648981gi [제목] 애플, 이제 중국산 메모리가 필요할 정도로 절박한 걸까? 사실은 이렇습니다. [수집 기준] 구매회원 본인이 QR 로그인으로 승인한 구독 열람권을 사용해 개인 문서 보관용으로 확보했다. 목록 메타데이터가 아니라 아래 실제 본문만 분석 근거로 사용한다. [구독 원문 본문] 안녕하세요, 카레라입니다. 사진 출처: 91mobiles 즐거운 주말 보내고 계신가요? 최근 애플(AAPL) 이슈가 뜨겁습니다. 사진 출처: 조선일보 D램 값이 하도 올라서 애플이 이제는 중국 CXMT(창신메모리)와 거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떠들썩한데요, 애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게 호재인지 악재인지 많이 헷갈리실 겁니다. 사진 출처: 구글 애플이 어떤 상황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지, 애플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깔끔하게 콘텐츠 하나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 일단 정해진 팩트부터 정리합니다. 하도 카더라가 많아서 팩트만 찾기도 어렵습니다. 사진 출처: 로이터 애플은 2026년 들어 아이폰과 맥북을 포함한 여러 제품에 CXMT의 D램을 실제로 넣어보는 시험을 시작했습니다. 새 부품을 제품에 바로 쓰기 전에 성능과 안정성이 자기 기준에 맞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걸 업계에서는 퀄(qualification)이라고 부릅니다. ​ 처음 목표는 중국에서 파는 기기에만 CXMT 메모리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애플의 꿈이 좀 원대했는지(?) 7월 24일 무렵 팀 쿡과 고위 임원들이 미국 상무장관, 재무장관,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게까지 직접 로비를 했습니다. 사진 출처: twitter 팀 쿡: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파는 애플 제품에도 CXMT 칩을 쓰게 해주면 안 됨? ​ 트럼프: 말도 안되는 소리 ㄴㄴ ​ 이 계획은 백악관과 의회 차원에서 바로 컷당했습니다. CXMT와 또 다른 중국 업체 YMTC(양쯔메모리)는 둘 다 미국 국방부가 지정한 중국 군사기업 명단에 올라 있기 때문입니다. ​ 미국 기업 돈으로 중국 군수업체(가 될 수도 있는 회사) 배를 불려주지 말라 이거죠. 사진 출처: 연합뉴스 척 슈머 의원: CXMT, YMTC 이 두 회사 칩을 전 세계 어떤 애플 제품에도 넣지 않겠다고 8월 21일까지 서면으로 약속해라 ​ 이 기한이 지금 5일 남았고요. 참고로 애플은 2022년에도 YMTC 부품을 아이폰에 넣으려다 의원들 반발로 계획을 접은 전력이 있습니다.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닙니다(...). ​ 아직 애플이 CXMT 칩을 승인했거나 주문을 넣었거나 실제 판매 제품에 넣었다는 증거는 전혀 없습니다. 자! 이제 본질을 봅시다. 애플은 왜 하필 중국에 손을 내밀었을까? D램이 많이 들어가는 HBM 붐의 원인과 결과는 다들 아시죠? 챗봇 같은 AI 서비스를 돌리는 데이터센터는 어마어마한 양의 고성능 메모리를 필요로 합니다. HBM은 값이 훨씬 비싸고 이익도 많이 남겠죠. ​ 그래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생산 능력을 모조리 AI용 HBM 쪽으로 돌려버림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가는 평범한 D램은 생산량이 급감 사진 출처: tom's hardware 애플은 처음에는 소비자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대응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는지 다음 방법을 찾아냅니다. 바로 CXMT 문을 두드리는 방법입니다. ​ 잠깐! 왜 하필 CXMT일까요? 애플이 CXMT를 찾은 데는 두 가지 속셈이 있었다고 보입니다. ​ 하나는 진짜 물량 확보입니다. 지금 애플에 메모리를 파는 곳은 사실상 세 회사뿐인데(우리가 아는 그 3개 회사) 이 세 곳이 물량을 제대로 못 대주니 네 번째 공급처가 절실했던 겁니다. 다른 하나가 흥미로운데, 애플은 이번에 협상용 지렛대 용도로 CXMT를 써먹어보려고 했습니다. 사진 출처: CXMT 애플은 수십 년간 써온 특기가 있습니다. 폭스콘 시절부터 이어져온 유서깊은 수법인데 값싼 중국산 대안을 슬쩍 들이밀며 "너희가 안 깎아주면 저기서 사겠다" 고 기존 공급사를 압박하는 방식이죠. 과거 디스플레이나 다른 부품에서 재미를 봤던 전략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이 전략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CXMT가 애플의 가격 인하 요구를 거절했을 뿐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오히려 더 높거나 최소한 비슷한 값을 불렀거든요. 사진 출처: 트위터 사진 출처: huaweicentral 왜 그랬을까요? CXMT는 굳이 미국에 메모리를 팔지 않아도 됩니다. 미국 제재를 받는 화웨이, 그리고 샤오미 같은 중국 대기업들이 CXMT 물량을 장기계약으로 미리 다 받아갔거든요. ​ 텐센트가 30억 달러, 바이트댄스가 70억 달러 규모로 계약을 걸어둔 상태이니 애플이 안 사도 팔 데가 많습니다. 그리고 CXMT는 싸게 팔고 싶어도 못 파는데, 이게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 CXMT는 미국 제재로 EUV를 쓰지 못함(...) 그래서 같은 메모리를 만드는 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원가가 30% 넘게 더 들어감 지금처럼 시세가 높을 땐 이 높은 원가로도 이익이 나지만 값을 깎아주면 곧바로 손해가 남 그러니 "한국 회사만큼 or 그 이상으로 단가를 받는" 게 CXMT에게는 최소한의 협상조건인 셈 사진 출처: HP 여기서 잠깐, 중국 메모리를 갖다 쓰는 건 애플만이 아닙니다. ​ 노트북 제조사 HP와 에이서는 이미 미국 밖에서 파는 제품에 CXMT 메모리를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애플도 중국산 메모리에 기웃거리기 시작한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 그런데 HP나 에이서가 CXMT를 쓸 때는 아무도 상원 서한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 대체 왜 애플만 표적이 됐을까요? 애플이 워낙 큰 기업이고 구매 물량도 차원이 다를 정도로 압도적이어서 애플의 구매 결정이 시장 전체의 신호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 gizmodo 상원의원들이 서한에 쓴 표현을 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있습니다. ​ 상원의원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품 구매자인 애플이 중국산 메모리를 검증해 통과시키면 다른 구매자들이 애플도 썼으니 괜찮다며 줄줄이 따라올 신호가 될 수도 있음 HP가 CXMT를 쓰는 건 노트북 회사 한 곳의 선택이지만 애플이 CXMT를 쓰는 건 전 세계 부품 시장에 보내는 중국산 승인 도장처럼 여겨진다... 뭐 이런 소리입니다. 게다가 새 아이폰은 AI 기능 때문에 D램을 16GB나 싣습니다. 온디바이스 AI, 즉 인터넷 없이 기기 자체에서 돌아가는 AI 기능은 예전 스마트폰 작업보다 훨씬 많은 작업 메모리를 요구하거든요. ​ 하필 메모리가 가장 귀할 때 가장 많이 필요해진 겁니다. 결국... ​ 애플은 사는 쪽 중에서도 가장 크고, 가장 상징적이고, 가장 많이 필요해진 회사라서 유독 헤드라인을 독차지하게 됐습니다. 다른 별 이유는 없고, 그냥 이게 전부입니다. 그럼 애플은 지금 정말 중국산 메모리까지 찾아다닐 정도로 절박한 걸까, 아니면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긴급한 건 맞는데 절박하진 않습니다. 아파 보이는 것과 위태로운 것은 다릅니다. 사진 출처: 야후파이낸스 애플의 매출총이익률은 3월 49.3%에서 6월 48.1%로 떨어졌고 다음 분기엔 더 낮아질 전망입니다. 부품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 때문입니다. ​ 부품 원가 전체에서 메모리와 저장장치가 차지하는 비중도 9%에서 27% 수준으로 커짐 D램 공급사들의 재고가 역대 최저인 2~4주치로 떨어졌고 이 때문에 한때 맥 스튜디오와 맥 미니 배송이 5개월까지 밀린 적도 있음 애플은 어쩔 수 없이 D램 공급 정상화까지 2026년 하드웨어 생산 계획 자체를 줄이고 있음 ​ 그러니까 지금 좀 아픈 건 논란의 여지가 없는 팩트입니다. 다만... 사진 출처: 인베스팅닷컴 이 모든 통증에도 애플은 압도적으로 건강합니다. 6월 분기 매출은 1094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6% 늘어난 사상 최대였고 순이익은 298억 달러, 손에 쥔 현금성 자산은 1470억 달러에 달합니다. ​ 애플은 벼랑 끝에 몰렸다 (X) 역대급으로 잘나가던 회사가 오랜만에 아픈 곳이 생긴 상황이다 (O) 사진 출처: 타이레놀 그래서 애플이 CXMT를 찾은 것도 벼랑 끝의 발버둥으로 보면 안 되고 내가 지금 아프니까 약을 먹는, 당연한 행위로 봐야 합니다. ​ 물론 약을 먹네 마네 하는 피상적이고 두루뭉술한 말은 근거가 되기 어렵겠죠. 그래서 좀 더 파봤습니다. 이 위기는 애플이 만든 게 아니라 산업 사이클이 만든 것이고 사이클은 반드시 지나갑니다. ​ 메모리 산업은 원래 값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대표적인 순환 산업 값이 오르면 회사들이 공장을 더 짓고 공급이 늘면 값이 다시 내려가는 구조 지금 그 공장 짓기가 이미 시작됐는데, 마이크론은 미국에 2000억 달러 규모의 장기 투자를 발표했고 일본 히로시마에도 96억 달러를 넣어 2028년 AI 메모리 생산에 집중하고 있음 여러 시장조사기관의 전망도 D램의 경우 2027년을 회복 시점으로 보고 있음 ​ 그러니까 앞으로도 영구히 D램이 부족해서 애플이 망할 일은 없을 것이고, 결국 문제는 딱 한 가지입니다. D램은 언제까지 부족할 것인가? (모름) 그렇다면 이 기간 동안 애플이 소비자에게 원가 부담을 도대체 얼마까지 넘길 수 있을 것인가? (대충 알 수 있음) 사진 출처: ifixit 앞에서 메모리 값이 세 배 넘게 올랐다고 했지만 이게 아이폰 전체 원가가 세 배 오른다는 뜻은 아닙니다. 메모리는 부품 원가의 한 조각일 뿐이거든요. ​ 게다가 반전이 하나 있는데, 메모리만 폭등했지 다른 부품은 오히려 싸졌습니다. ​ 예전에 아이폰 원가에서 가장 비쌌던 디스플레이 패널과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 칩은 값이 내렸습니다. 그래서 메모리 하나만 보면 272% 상승이지만 폰 전체 부품 원가로 합산하면 증가폭이 훨씬 완만해집니다. 사진 출처: 조선일보 그 결과가 여기저기서 많이 보이는 수치인 38%입니다. 256GB 아이폰 18 프로의 부품 원가가 전작보다 약 38% 오른다는 건데, 이걸 가지고 계산을 간단히 때려보면... ​ 애플이 대당 추가로 떠안는 원가는 얼마일까요? ​ 전작(아이폰 17 프로) 가격 1099달러, 이 중 부품 원가 = 580달러(여러 추정 중간값) 부품 원가 상승률 = 38% 아이폰 18 프로의 부품 원가는 580 × 0.38 = 220달러 늘어난 800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 ​ 이제 애플의 선택을 봅시다. 애플은 시장 점유율을 지키려고 원가 인상분을 전부 넘기지 않고 일부만 가격에 얹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입니다. 6월에 맥과 아이패드 값을 올렸을 때와 같은 방식입니다. 사진 출처: 구글 IDC는 아이폰 18 프로 가격이 전작보다 200달러 오른 1,299달러 선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이 부분 전가 시나리오로 대당 이익을 간단히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 새 부품 원가 = 800달러, 대당 매출총이익 = 499달러 이익률 = 499 / 1299 = 38.4% ​ 참고로 아이폰 17 프로의 경우에는 580 / 1099 = 47.2%였습니다. 아니, 매출총이익률 47.2%가 38.4%로 떨어지면 치명타 아님? 이게 많은 사람들이 조금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이익률이 9%p나 깎이는 건 솔직히 좀 무서워 보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익률이 아니고 절대 이익입니다. ​ 아이폰 17 프로: 1,099 − 580달러 = 1대당 이익 519달러 아이폰 18 프로: 1,299 − 800달러 = 1대당 이익 499달러 ​ 부품 원가가 38% 폭등하는 극단적 사건이 벌어졌는데 1대당 이익은 4%도 줄지 않았습니다. 치명타라는 단어를 쓰려면 최소한 1대당 이익이 반토막쯤은 나야지, 519달러가 499달러가 된 걸 치명타라고 부를 순 없습니다. ​ 왜 이익률이 떨어져 보이는데 이익은 거의 안 줄어들까요? ​ 가격과 부품 원가가 둘 다 커지면서 분모(매출)와 분자(이익)의 비율만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익률은 매출 대비 몇 %를 남기냐인데 원가가 오르면 이 비율은 당연히 눌립니다. 하지만 애플이 실제로 버는 절대 금액은 거의 방어에 성공할 수 있죠. 비율의 착시에 속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이 38.4%는 여전히 하드웨어 업계 최상위권입니다. 사진 출처: 조선일보 사진 출처: 구글 일반 스마트폰, PC 제조사들의 하드웨어 매출총이익률은 대략 10~20%대입니다. ​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 델, HP 같은 PC 업체가 이 정도 구간입니다. 다시 말해서 47%에서 38%로 떨어진 그 매출총이익률은 경쟁사들이 평생 한 번도 못 가본 천장이라는 소리입니다(...). ​ 원가 쇼크를 정통으로 맞고도 애플은 여전히 업계에서 가장 이익률 높은 하드웨어 회사로 남는다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현상이 실제로 일어날 때가 바로 세상 투자자들이 "애플이 얼마나 위대한 회사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네. 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아마 애플이 앞으로 몇 분기 정도는 매출총이익률이 계속 깎여나가는 건 기정사실일 것 같은데 이 퍼센티지 말고 실제로 남기는 영업이익이나 실적은 의외로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이익률이 9%p 떨어지는 게 확실히 숫자상으로 보면 무시무시한데, 결국은 나중에 가면 "메모리 3배 폭등에도 매출총이익률을 제물로 바치고 현금흐름은 결국 지켜냈네. 와우 대단하다" 라는 반응이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애플이야말로 "매그니피센트 7은 걱정하는 거 아니다" 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